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출연: 코바야시 사토미, 카타기리 하이리
1. 낯선곳에서의 시작
주인공 사치에는 핀란드 헬싱키의 길모퉁이에 카모메라는 이름의 식당을 개업합니다. 메뉴는 단출하지만 주먹밥을 주메뉴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 달째 손님이 없습니다. 그래도 매일매일 식당을 엽니다. 그러다가 손님들이 찾아옵니다. 그녀의 소박한 음식과 함께 괴짜 손님들이 드나들기 시작합니다.
등장하는 인물 중에는 여행을 하고 싶어 무작정 세계지도에서 손가락으로 짚은 곳이 핀란드여서 오게 된 여성,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청년, 카모메 식당을 지나다니면서 매번 들여다 보기만 하다가 손님이 너무 없는 것 같아 걱정까지 해주는 중년의 여성 세 명, 가방을 잃어버려 어쩔 수 없이 카모메 식당 신세를 지게 된 중년 여성, 그리고 매번 식당 안을 노려만 보는 중년의 여성 등, 뭔가 괴짜스러움이 가득한 조연들이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낯선 곳에서 홀로 출발한 주인공이었지만 영화 말미에는 여러 사람과 소통하며 교류하며 지내는 모습이 나옵니다. 보는 내내 가슴이 뭉클하고 소박한 정을 느끼게 합니다. 사치에는 어떤 사연으로 일본을 떠나 먼 곳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걸까요?
2. 서로가 서로를 치유하는 곳
사치에는 혼자 살지만 쓸쓸한 느낌은 아닙니다. 가족 하나 없이 혼자 지내지만 꿋꿋하게 지냅니다. 단아하고 강단 있는 모습이 맘에 듭니다. 한 달 내내 손님이 없어도 좌절하지 그저 매일매일 커피를 내리고 음식 준비를 합니다. 그런 식당을 매일같이 지나면서 구경하게 되는 중년의 세 여성이 드디어 식당에 입성을 했을 때 저도 모르게 사치에를 응원했습니다. "사치에 파이팅!! "
드나드는 손님들은 자신들만의 각각의 사연이 있습니다. 곳곳에 웃음 포인트가 있는데 특히 미도리의 표정과 연기가 순수함이 묻어나기도 하고 코믹함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은근히 귀엽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빠진 토미도 재미나고요. 첫 손님이라는 영광을 차지하여 커피는 일단 무료로 제공받게 되는데요. 그 커피 저도 마시고 싶었습니다. 하하하. 햇살 따뜻한 날, 마음씨 좋은 사장님이 있는 동네 식당, 커피도 나오고 맛난 음식도 나오는 곳이 있다면 소소한 행복이 하나 추가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치에가 음식을 만드는 장면도 너무 좋습니다. 특히 사치에의 주방은 따뜻하고 아늑하고 깨끗합니다. 나도 주방을 저렇게 꾸며놓고 싶다 할 정도로 맘에 쏙 듭니다. 만드는 음식도 어찌나 정갈한지 카모메 식당이 존재한다면 꼭 한번 가보고 싶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우리 동네에도 저런 식당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운 식당입니다.
주먹밥 말고도 여러 재료의 음식들이 나오는데요. 특히 시나몬롤과 커피는 꼭 한번 먹고 싶었습니다. 이 식당 전 주인이었던 남성이 사치에에게 커피 내리는 강의를 합니다. 그 방법이 웃음 납니다. 결국엔 정성인가 봐요. 커피를 맛있게 드리고자 하는 정성스러운 마음, 그리고 생선구이 등, 소박한 재료로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이 나오는데요. 이런 장면마저도 힐링이 되며 맘속 어딘가 있는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는 듯합니다. 어찌 보면 치유는 단순함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정성 어린 마음과 여유로움까지 더해진다면 치유받지 못할 마음이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3. 총평
평소에 일본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 아닌데 이 영화는 포스터를 본 순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외로운듯하지만 따듯하고 밝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중간중간 코믹적인 요소도 많고 보고 나면 카모메 식당 주방의 따뜻한 기운이 잊히지 않습니다. 햇살이 가득한 오픈된 주방이라니 지금도 제게는 로망입니다. 언젠가 내 집을 갖게 된다면 햇볕이 잘 드는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싶어요. 하하하.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지내는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치유해 주며 어느새 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띠게 됩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에게서 치유받는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요즘은 예전에 비해 많이 개인화된 세상입니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대를 다 경험해 본 사람으로서 저는 아직 아날로그 시대가 더 좋습니다. 사람이 그립습니다. 세상이 조금 버겁고 위로를 받고 싶다면 이 영화를 한번 보세요. 힐링이 필요할 때 자주 찾게 될 영화입니다. 어디서든 꼭 위로받으세요. 우리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아참 카모메는 갈매기라는 뜻이 있습니다. 영화에도 푸른 하늘 아래 갈매기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