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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커(JOKER, 2019)

by 모두의 진정성 2024. 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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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토드 필립스

출연: 아서플랙/조커 역(호아킨 피닉스), 머레이 프랭클린 역(로버트 드 니로),  소피 듀몬드 역(자씨 비츠), 페니 플렉 역(프랜시스 콘로이), 토마스 웨인 역(브렛 컬런), 랜들 역(글렌 플레슐러), 개리 역(리 길)

 

1. 조커를 드디어 보다

 

2019년에 개봉한 영화이고 강렬하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2023년 가을즈음에 봤습니다. 예전 20대만 하더라도 영화를 찾아보고 개봉일에 맞춰 보러가는 열정을 보였는데 나이가 들고 회사 생활에 찌들다보니 심오하고 무거운 주제의 영화는 자주 찾게 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조커라는 인물이 가진 비극에 너무 공감이 될까봐 그 나락에 같이 빠져들까봐 주저하게 되면서 자꾸 뒤로 미루고 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결국엔 보게 되었죠. 역시나 조커라는 인물이 가진 그 외로움.. 외로움이라고 표현하기엔 뭔가 너무나도 모자란 느낌. 영화를 보는내내 가슴이 아팠습니다. 조커의 어린 시절과 현재, 아무리 잘해보려 해도 자꾸 꼬이고 의도를 의심받고 궁지에 몰리는 조커가 꼭 나 같아서 힘들었습니다. 

 

아서(조커)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고 어머니(엄마도 정신질환자)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틈틈이 광대 분장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어느 날 뮤직 숍의 땡처리 광고판을 들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가 10대 양아치들이 아서가 들고 있던 광고판을 빼앗고 달아나자 아서도 끝까지 쫓아가지만 광고판도 망가지고 심지어 얻어맞기까지 합니다. 사장은 아서의 사정은 들어보지도 않고 변상을 하라고 합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 랜들은 아서를 위해주는척하지만 어떤 사건에서 아서가 범인인 것처럼 몰고 가 아서는 곤란을 겪습니다. 다만 왜소증을 가진 개리만이 아서를 따듯하게 대해줍니다. 영화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조커가 살인을 할 때 현장에 있던 개리는 살려줍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아서의 감정과 상황은 위태롭고 안타깝습니다. 자신이 미쳐가는 건지 세상이 미쳐가는 건지 읊조리는 모습과 시도 때도 없이 상황과 관계없이 발작적으로 웃는 병을 지닌 아서, 아서가 웃을 때마다 기쁘고 행복한 게 아니라 어떤 처절한 울음보 다도 더 슬프게 다가왔습니다. 코미디쇼를 보러 간 장면에서 다른 사람들이 웃자 눈치를 보고 아서는 웃기지도 않는데 웃고 그러다가 발작적인 웃음이 나와 웃음을 멈출 수 없습니다.

 

압권인 계단 신

 

2. 아서에서 조커로 

 

조커의 어린 시절은 학대로 얼룩져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비정상을 경험한 사람은 비정상이 정상으로 여겨집니다. 그 세계가 전부였으니 그 세계를 부정하기가 쉽지가 않죠. 정서적으로 학대를 한 엄마 밑에서 계속 자란 조커는 항상 웃으라는 엄마의 말을 듣는 착한 아이였기에 항상 억지로 웃습니다. 그래서 감정이 상할 때나 울어야 할 때도 그는 애써 웃습니다. 심지어 웃기지도 않는 코미디쇼를 볼 때도 그는 계속 웃습니다. 그리고 남들이 웃을 때 따라 웃습니다. 그 웃음이 때론 울음보다 슬프게 느껴집니다.

 

엄마로부터 받은 모진 학대 속에서 행복하지 않은 아서는 엄마의 말에 따라 웃어야 했습니다. 자신의 감정이 어떻든 웃어야 하는 직업을 가진 광대라는 직업을 하게 된 것도 아이러니합니다. 현실에서도 직장에서도 아서는 자신의 감정과는 무관하게 무조건 웃어야만 했습니다.

 

다른 사람을 웃게 하고 싶은 아서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하고 기회를 얻어 무대에 섰으나 그 무대를 본 유명 방송인이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아서를 조롱합니다. 아서는 평소에도 그 방송을 좋아했으며 심지어 본인이 좌중을 휘어잡는 노련한 코미디언으로 등장하고 방송인 머레이에게 인정받는 장면이 나오며 아서는 이때 감동을 받은 미소와 함께 행복해합니다. 그러나 이 장면은 아서의 망상이었습니다. 아서의 망상처럼 누군가에 인정받아 따듯한 환대를 받았더라면 아서는 일생의 한순간이라도 행복했을 것입니다.

 

 

3. 총평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실로 대단합니다. 그 인물이 실제 같아서 그 인물의 아픔이 절절하게 다가와서 참으로 힘들게 본 영화입니다. 조커를 연기한 다른 배우들도 많지만 저는 호아킨 피닉스의 조커가 제 맘을 울립니다. 그전에는 그다지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었는데 말이죠. 이후 다시 호아킨 피닉스가 등장한 영화를 볼 때면 "아 이렇게 연기를 잘했는데 왜 몰랐지?" 하며 말입니다.

 

그리고 계단 신이 정말 유명합니다. 원래 각본에 없던 장면이라고 합니다. 호아킨 피닉스가 즉흥적으로 계단에서 춤을 춘건데 이 장면이 정말 압권입니다. 조커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언제나 착하게 살려 했던 아서의 탈을 벗고 응집된 감정을 표출하고 자유롭게 사려는 조커의 몸짓이라 생각됩니다.

 

아무튼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학대를 받고 자란 아동을 그 누구도 품어주지 않으면, 좀 더 따듯하고 세심하게 대해주지 않으면 외톨이로 성장하다가 언젠가는 그 감정이 폭발하여 자신도 망가지고 주변 사람들도 피해를 보게 되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아이를 학대를 하는 어른들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에게는 그 세계가 전부입니다. 엄마마저 자신을 보호해 주지 않았으니 아서의 외로움, 공허함, 죄책감 등 비극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에 놓여있는 아서가 보는 내내 불쌍했습니다.

 

아서의 일기장에 쓰여있던 문구 중 내 죽음이 내 삶보다 더 가치가 있기를이라고 쓰여있는 대목이 있는데 이는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행복할 거 같다는 괴로운 아서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보입니다. 아서가 조커가 되어서 비로소 행복해졌을까요? 그저 마음 아픈 엔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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