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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퀼리브리엄(Equilibrium, 2003)

by 모두의 진정성 2024. 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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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커트 워머

출연: 크리스찬 베일(존 프레스턴), 숀 빈(애롤 파트리지)

 

 

1. 통제된 사회

이 영화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이후의 디스토피아 세상을 그립니다. 인간의 모든 감정이 "프로 지움"이라는 약물로 통제되어 감정 없이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약물을 복용하여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인 사랑, 증오, 기쁨, 슬픔, 분노, 우울, 희열 등 모든 것이 통제됩니다. 그리하여 사회는 겉으로는 전쟁도 없고 사고도 일어나지 않는 편안한 곳처럼 보입니다. 책을 읽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 음악을 감상하는 것 모두 이 체제에 어긋난 일이 되어 감정을 가진 자는 반역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됩니다.

 

주인공 존은 이 체제에 반발하는 세력을 소탕하는 임무를 맡은 정부 최고의 요원입니다. 함께 근무하는 애롤이라는 친구와 함께  감정을 가진 자들을 처단하고 증거품을 수집하는데 책 한 권을 주머니에 넣게 되고 이 모습을 본 존이 왜 증거수집품을 갖고 있느냐 하니 제대로 수거가 안될 수 있기에 본인이 가지고 있다가 제대로 증거품을 제출하겠다고 합니다. 보통 증거품들은 모조리 불태워집니다. 영화에 나온 첫 소탕 장면에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진품이 발견되지만 존은 감정 없이 태워버리라고 합니다. 인류 역사에 남을만한 명작이 사라지는 순간인데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소탕을 마치고 온 존에게 리브비아의 부책임자가 존에게 묻습니다. 왜 이렇게 일을 잘하느냐고 하니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어느 정도 알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당신도 약을 중지하면 감정을 가진 자가 될 거냐고 하니 그럴 것 같다고 합니다. 4년 전 아내가 화형을 당했을 때의 느낌을 물어보자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뭘 묻는지도 모르겠다고 대답하죠. 이처럼 존은 철저히 감정이 제어된 사람입니다. 그리곤 장면이 바뀌어 애로로 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됩니다. 이때 애롤 읽고 있던 책은 증거품이었던 니체의 시집이었습니다.

 

에롤은 시집의 한 구절을 읽습니다 "하지만 난 가난하여 가진 것이 꿈뿐이라 그대 발밑에 내 꿈을 깔았으니 그대가 밟는 것은 내 꿈이오니" 그러자 존은 가볍게 처벌받게 해준다고 하며 유감이라고 하자 에롤은 "그렇지 않을 걸 자넨 그 의미도 모르잖나, 유감은 자네나 느껴 보지 못했고 흔적만 남은 말이니까"라고 말합니다. 결국 존은 에롤을 향해 총구를 겨눕니다. 총을 맞을 때의 장면이 슬로 화면으로  머릿속에 각인이 되었습니다. 자신이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니체의 책을 읽으며 죽음을 맞이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감정 없이 기계처럼 살다가 죽느니 한 순간이라도 내가 느끼는것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시집을 읽고 있는 애롤

 

2. 인간이 만든 부자연

 

무엇이든 자연스러운 게 좋습니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이치에 맞게 흘러간다는 뜻이니까요. 지구에 존재하는 어떤 동물들도 자연스럽지 않은 동물이 없습니다. 단 하나, 인간만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만들지 말아야 할 것들을 만듭니다. 이 영화에서도 질서정연하고 안정된 사회를 추구한다는 명목 아래 사회구성원의 감정을 통제하기 위하여 약물을 만들어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 말미에 보면 우두머리와 소수의 권력자들은 약을 먹지 않고 감정을 지닌 채로 화려한 장식과 사치를 그대로 행하고 있었습니다. 본인들도 아는 겁니다. 감정이 없는 인간의 삶은 삶이 아닌 것을요.

 

영화 끝 무렵에는 우두머리가 죽게 되는데 존에게 호소합니다. 자신도 감정을 가진 자라고, 감정이 있는 사람이라며, 나를 해치게 되면 네가 감당할 죄책감이 어떻겠냐 운운하여 살려달라고 합니다. 존은 화형으로 죽어간 아내를 떠올리며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는 말을 합니다. 이 말은 존의 친구인 애로로 이 죽기 전에 한 말입니다. " 큰 희생을 치르더라도 기꺼이 감수하겠네" 인간이라면 인간이 느껴야 할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에 책임을 지겠다고 한 것과 같습니다.

 

3. 총평

이 영화도 개봉한지 20년이 넘었지만 다시 봐도 잘 만들어진 영화인 것 같습니다. 2년 전에 직장 동료가 제가 평소 영화와 음악을 많이 접한다는 것을 알고 추천을 해달라고 하여 디스토피아 세계관에 관심이 있다면 이 영화를 보아라 하고 추천을 하였습니다. 간략한 내용을 말하니 관심을 보이더니 당장 그날 밤에 이 영화를 보았다고 합니다. 요즘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연출이라고 재밌게 잘 봤다고 하더군요. 좋은 영화란 시대도 초월하는 법인가 봅니다

 

우리 사회가 고민해 봐야 할 문제도 시사하지만 액션도 시원시원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매우 좋습니다. 특히 크리스천 베일의 무표정한 연기와 그와 반대로 오열할 때의 모습, 모두 기억에 남습니다. 아들의 반전도 좋고요. 이 영화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재밌게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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