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데오도르 멜피
출연: 빌 머레이, 나오미 왓츠,멜리사 맥카시,테렌스 하워드,제이든 리버허
1. 소년과 할아버지
전학 간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연약한 소년, 바람을 늘 피우는 아빠, 소년을 홀로 키우는 엄마, 누가 봐도 괴팍한 할아버지, 할 말은 하고 사는 밤의 여인,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고단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빠가 바람을 피워 할 수 없이 엄마하고 집을 나오게 된 올리버는 새로 이사 간 곳에서 괴팍한 이웃 주민인 할아버지를 만나게 됩니다.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죠. 이삿짐을 옮기던 인부들이 실수로 할아버지의 나무와 차를 망가지게 합니다. 이에 올리버 엄마는 사과를 하고 값을 치르려 하지만 이 동네에 이사오는 사람들은 가난하다며 무례한 말을 하면서 나무 값만 받겠다고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올리버는 앞으로 피곤해지겠다고 합니다. 과연 이들이 앞으로 잘 지내게 될까요?
2.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처음에는 괴팍해 보이고 무례해 보이는 이웃 할아버지 빈센트는 알고 보면 말은 그러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따뜻한 구석이 있는 사람입니다. 전학 간 학교에서 첫날 지갑과 핸드폰, 열쇠를 빼앗기게 된 올리버는 집에 와서 문을 열지 못하고 하염없이 문 앞에 앉아 있다가 할아버지 집에 가서 전화 한 통만 쓰겠다고 합니다. 전화 한 통에 돈을 내라는 할아버지,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오늘 저녁 베이비시터 노릇을 하게 되었는데 그 값도 야무지게 올리버 엄마한테 내라고 합니다.
그 뒤로도 빈센트는 올리버 엄마가 직장에서 늦게 들어오게 되는 날이면 올리버를 돌봐줍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올리버가 친구들에게 얻어맞는 것을 보게 되면서 호통을 치며 그 친구들을 혼내줍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역습이라며 방어하면서 공격을 하는 자세를 알려줍니다. 올리버는 열심히 연습을 하고 다음날 체육시간에 피구 게임을 하는데 고의로 자신의 코를 맞춘 친구에게 욕을 하며 어제 배운 자세로 친구를 때려서 코피를 터추며 처음으로 당하기만 하지 않고 힘차게 방어를 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역시 남자아이들이어서 그런가 그 뒤로 친구로 지내게 됩니다.
빈센트는 경마장, 술집 등 어린아이에게 어울리지 않는 곳을 데려가긴 하지만 빈센트가 하는 말 중에는 의외로 인생에 대한 깊은 깨달음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빈센트의 대사가 무릎을 탁 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 아마 그런 마음이 전달되어 올리버도 빈센트를 의지하고 좋아하게 됩니다.
빈센트는 어느 날 어떤 요양원에 들러 의사 가운을 입고 한 환자를 만나게 됩니다. 세심하게 진찰을 하면서 이것저것 묻죠. 환자는 껍질콩이 식사로 나오지 않으면 좋겠다며 투정을 부립니다. 빈센트는 여전히 아름답다고 건강하다며 그녀를 위로하죠. 간호사에게 껍질콩 말고 브로콜리로 채소를 채우면 어떠겠냐고 말해줍니다. 알고 보니 이 환자는 빈센트의 아내였습니다. 치매에 걸려 8년이나 병원에 있었는데 자신을 잊은 아내를 매번 와서 의사인 척 와서 위로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한 추억이 있는 집을 팔지 않고 그곳에 계속 있었던 겁니다. 빈센트의 아픔이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올리버는 학교에서 내준 과제로 성인을 지정하고 다루게 되는데 다른 친구들은 마더 테레사 같은 유명한 성인들을 조사하여 발표하지만 올리버는 빈센트를 성인으로 발표합니다. 발표 내용에 감동한 학우들과 선생님, 그리고 강당에 들어선 빈센트가 그 내용을 듣고 감동을 받습니다. 극 중 주인공들이 같이 어울려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빈센트가 한가로이 마당에서 물을 뿌리며 노래를 부르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납니다.
3. 총평
처음 영화가 개봉되었을 때부터 언젠가 한번 봐야지 하며 생각했던 영화였는데 이제서야 보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자극적이고 쾌락에 찌든 영화가 많은데 아무래도 손이 덥석 가지 않는 영화 중 하나였습니다. 요즘은 일부러 잔잔하고 소소한 내용의 힐링 영화를 찾게 되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잔잔한 감동이 있었고 누구의 삶도 고단하지 않은 삶이 없다 느끼게 됩니다. 인생이 힘들어도 고군분투하며 열심히 살아내는 인물들을 보았을 때 작은 희망과 응원을 나에게도 보내게 되는 영화입니다. 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내 고통은 그리 크지 않은 걸 수도 있겠구나, 쉬어가자 이렇게 말이죠.
그리고 영화 킹콩에서 본 나오미 와츠가 밤의 여인으로 등장했을 때도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싶었습니다. 예쁜 모습만 보다가 백치미를 뽐내는 역의 나오미 와츠를 보니 새삼 놀랍기도 하고요. 여전히 이쁘지만요. 하하하.
잔잔하고 소소한 내용의 영화이지만 지친 나에게 보내는 힐링 영화였습니다. 삶에 지친 분들이 있다면 이 영화도 한번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