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높고 낮음의 비극
이 영화는 사회의 계층을 심오하게 다룬 영화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느꼈던 감정은 같은 상황임에도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그 간극이 비참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예를 들어 홍수 같은 비가 내리는데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비는 자연에 이치에 따라 흘러갈 뿐인데 부자이면서 높은 곳에 사는 가족에게는 별다른 피해 없이 아니 오히려 재미있는 야외에서의 경험이 되어 널찍하고 안전한 마당에서 텐트를 치고 놉니다. 가난하고 낮은 반지하에 사는 가족에게는 재앙에 가까운 재난의 형태로 다가옵니다. 가구가 물에 잠기고 가지고 있던 집안 살림도 못쓰게 되는 지경에 이릅니다. 끊임없이 들어오는 물을 퍼내느라 녹초가 되고 결국엔 채 난민들을 모아놓는 곳으로 가서 잠을 자게 되죠.
박서준이 최우식에게 선물로 주고 간 돌멩이(수석) 또한 가난하고 낮은 자에게는 그저 돌 일뿐입니다. 그 돌을 감상하고 즐길 여유가 없습니다. 가난한 자들은 대부분의 것들에 대해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없습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는 감정에 공감이 갔습니다.
영화에 등장한 짜파구리도 신선했습니다. 보통 한국에선 짜파게티라는 라면 종류를 먹습니다. 이 상품은 아주 대중적이어서 보통의 서민들이 즐겨먹는 음식인데 이 음식에 한우(등심)가 들어가게 되면서 고급 요리로 탄생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었지만 나는 서민이구나를 극명하게 느꼈습니다.(웃음) . 풍요로움과 빈곤의 차이가 결국엔 물질인 돈인 경우가 많습니다. 주인공 가족들도 평소에는 누릴 수 없는 가진 자들의 생활을 해보고자 부잣집에 위장취업하여 위태로운 생활을 펼쳐 나갑니다.
2. 나는 기생충일까? 사람일까?
영화 제목이 기생충입니다. 기생충은 주체적으로 살기보다는 숙주에 기대어 숙주의 에너지와 영양 등을 갈취하여 살아가갑니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누구를 지칭하는 건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표면적으로는 자연스레 가난한 자들, 즉 최우식 배우의 가족들이 기생충인 것 같고 가정부 또한 기생충인 것 같습니다. 부잣집에 거취 하며 부자 인자들의 것을 몰래 빼앗아 사는 것 같지만 이 영화를 좀 더 깊숙이 들여다보면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내는 사람들 대부분이 기생충이라 생각됩니다.
사람과 기생충과의 다른 점이라면 타인의 감정과 생각에 대한 공감과 이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부자들은 당연하리만큼 타인의 고통이나 감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의 수고와 노고를 그저 당연하다 생각하여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이것 또한 타인에게 어떤 부분에서는 기생하여 사는 것 같다고 보입니다. 자본주의와 얽힌 부분도 있습니다. 돈을 내어주고 타인의 노고를 사는 것, 그래서 당연하다고 볼 수 있는 점도 있지만 냄새가 난다며 찌푸린 장면, 그것에 격분하여 결국 타인을 해치고 마는 장면을 보았을 때, 인간적으로 모욕감(사람인데 사람대접을 받지 못한 느낌, 즉 기생충 같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을 느낀 약자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나쁜 선택이었지만 참으로 안타깝고 가엾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더 비극이라 여겨졌습니다.
3. 총평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디테일한 영화적 장치가 곳곳에 있기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한번 보았을 때와 다시 보기를 했을 때가 매번 다릅니다. 저도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는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스토리구나 하면서 영화를 봤는데
보고 나서 계속 생각나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그 뒤로 볼 때마다 더 복잡하고 못 봤던 장면들, 복선의 형태들이 얼기설기 얽혀 있어서 그것을 풀어내는 재미가 있어 더 흥미로웠습니다. 단순한듯하지만 결코 메시지는 가볍지 않은, 그러한 주제들을 잘 풀어내는 감독의 영화라 생각합니다. 엔딩의 독백 또한 기억에 남습니다. 열린 결말인 것 같지만 이미 정해진 듯한 결말인 것 같아서 슬프지만 그래도 헤피엔딩이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가져봅니다.
그리고 한없이 어둡지만은 않은, 곳곳에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도 있어 가끔 웃음을 자아내기도 합니다. 물론 마냥 웃을 수 있는 장면들은 아니지만요. 또한 서스펜스처럼 긴장하게 만드는 요소도 있습니다. 특히 가정부가 비 오는 날 집에 왔던 장면은 보는 내내 소름 돋을 만큼 무서웠습니다. 여러 장르가 적절히 혼합된 잘 만들어진 영화라 생각됩니다.